내가 경험한 일본SI 환경의 분위기에 대해서

아침
절전을 위해 건물 전체가 어두운 상태. 어둑어둑한 아침에는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준비하거나, 업무 진행 시간 등을 인트라넷에 체크하는 사람이 많다. 아침에 일찍 회의를 팀 단위로 하고 있는 경우도 보인다. 굳이 일찍 와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지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컨디션 불량으로 오전 휴무를 내는 사람은 제법 있다) 출근하면 게시판에 붙어 있는 자신의 네임 카드를 빨강에서 흰색으로 돌려 놓는다.

업무 중
업무가 시작되면 딱 불을 켠다. 이 현장에서는 회사에서 정한 라디오 체조를 단체로 한다. 일본인들은 열심히 하는 편이고, 뒤쪽에 있는 중국인들은 하는 시늉만 하고 제대로 하지 않는다.(이에 대한 제재는 없다) 일본의 국민성도 한 몫 하겠지만, 역시나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하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의 작업자들은 굳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다른 기능과 내 기능의 연동 테스트 등을 제외하면). 다만 회의에 참여하거나 공식적인 발언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제외다. 누군가가 잘못했더라도 호통치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은 없다. 책임이 아래보다 위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래 직급의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혼나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친한 관계를 쌓기 전에는 업무에 관한 한 충고조차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잘못된 업무 과정에 대해서는 늘상 주의를 준다.(메일 등으로, 직접적인 이야기는 삼가는 편이다.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전자 기기 사용
회사에서 제한하고 있는 전자 기기의 사용 규칙을 전면적으로 따른다. 제공된 것만 사용한다. 10인치 노트북만 주어졌다면, 그것만 쓴다. 제공된 컴퓨터에 규정 외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조 모니터 조차도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규정으로 살고 규정에 죽는 일본 사람들이다. USB에 꽂을 수 있는 것은 무선 마우스 정도이다. 물론 업무 시간에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적인 전화는 당연히 복도 바깥에서 해결한다. 회사 전기로 개인적인 핸드폰 등을 충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쉬는 시간
쉬는 시간은 조금 자유롭지만 그래도 하던 일을 바로 중단하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직급이 높거나 피곤한 사람은 자리를 뜬다. 담배를 피우고 오거나 전화기를 만지며 쉬는 시간을 보낸다. 물론 조용하게.

점심 시간
점시 시간도 소등한다. 한국에서는 어떻게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식당에 갔지만, 이곳에서는 식사를 나가서 하지 않고, 다들 도시락이나 컵라면으로 아주 간단하게 해결한다. 물론 자기 좌석을 벗어나지 않는다. 친한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이기 위해 다른 사람 자리를 침범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는데, 약 일 년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식사는 혼자서. 자기 자리에서. 우물거리는 소리도 별로 나지 않는다.

퇴근
한국에서 일할 때 보다 쓸데 없는 친목 행위(?)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적다. 일을 할 때에는 조용~히, 남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하루의 일이 끝나면 수고하셨어요 이야기 남기고 스르륵 집에 가면 된다. 물론 작업하고 있던 좌석이나 근처를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 나간다. 마음 속으로는 빨리 퇴근하는 사람에게 한 마디 할 수 있지만, 관련이 없는 남의 일에 간섭은 하지 않는다.

덧붙여서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은 우리(내)가 인격체로 받아들여졌을 때의 이야기다. 고객의 성격과 현장 특성에 따라 외국인을 쓰고 버리는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인격체 답게 생활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작년에 그런 경우를 겪었는데, 언제 한번 정리해 볼까 싶다.

다음 번에는 출퇴근 모습을 자세히 적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