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온 지도 순식간에 4일이 지났다. 지금 처음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스이카(SUICA)라고 하는 교통 카드를 사서 매우 편리해졌다는 점, 점점 돈이 부족해져 간다는 점, 면접을 2번이나 치루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룸메이트인 M과도 조금씩 적응(또는 반발)을 하기 시작했다.
[2017-02-22(수) 숙소_짐풀기]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짐을 풀고, 다음 날을 준비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경험도 더불어.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한자를 잘 읽지 못해서 공공 시설을 이용할 때 문제가 많았다.
[2017-02-23(목) 첫 출근… 그러나]
처음으로 일본의 회사로 출근. 하지만 동기의 이야기에 조금 철렁한 상태였다. 파티션도 없는 사무실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우리만 있었다. 이미 약 1달 전에 와 있던 동기와 2년 전쯤 와있던 선배와 어색한 시간을 보냈다. 뻥튀기된 이력서와 급조된 면접 준비로 몸도 마음도 지쳤던 하루.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왜 이 곳에 왔나? 하는 의문이 드는 하루였다. 내가 그동안 다닌 회사들이 얼마나 좋은 곳이었는지 새삼 깨달은 날이었다.
[2017-02-24(금) 드디어 동기가 다 모였다]
오전엔 마음에 큰 위안을 얻었고, 오후에는 큰 절망감을 느낀 하루. 아침에는 M과 회사 근처에서 맥모닝을 먹었다. 태어나 처음(?) 맥모닝을 먹는다는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첫날과 둘째 날, 동생 덕분에 빠르게 회사 근처에 도착해 하루를 준비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느라 어제, 오늘 모두 패밀리마트에서 양복 차림으로 집합하긴 했지만…
원래 관광을 위해 1주일 빨리 왔지만 급하게 오늘 날짜(금요일)로 면접이 잡혀서 어제, 오늘 회사에 출근한 것이었기 때문에 시간은 굉장히 바쁘게 흘러갔다. 오전에 잡힌 면접(조금 먼 지방, 교육기관으로 추정됨)과 오후에 잡힌 면접으로 나뉘어 있었다. 어제 처음 출근한 팀과 오늘 처음으로 회사에 온 팀이 합쳐져 있었지만, 실제 면접에 참여하는 인원 외에는 뻘쭘하게 파티션도 없는 조용한 회사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오전에 본 면접은 어느 정도 가망이 있었다. 급조된 이력서, 발표 방식이었지만 화상 회의로 이뤄진 면접이라 그런지 그나마 긴장을 덜 하고 진행할 수 있었다. 도중에 조금 실수한 점이 있었지만, 웃음으로 떼울 수 있을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보다는 내가 모르는 이력이 추가되어 그 부분을 설명하는 점이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웃겼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포기한 부분도 있었다.
오후에 본 면접은 그야말로 대실패였다. 늦은 시간, 집중력이 제로인 상태에서 신입사원 면접처럼 좁은 사무실에 여섯명이 줄줄이 앉아 어설픈 일본어로 눈에 핏발 선 일본 사람과 면접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혼이 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직장 생활이 앞으로도 이렇다면 다시금 생각해봐야 겠다… 혹은 이게 제대로 된 일처리인지 의문이 드는 하루였다. 집에 돌아올 때 저녁에 같이 면접을 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동료와 함께 볼일을 처리하고 집에 오니 자정이 넘어 있었다. 가장 힘들고 지친 하루였다.
[2017-02-25(토) 첫 휴일 ]
어제 두 군데 면접을 보고, 처음으로 주말을 맞았다. 룸메 M이 오전에 회사에 출근(면접…)했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다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일본의 용산, 아키하바라에 놀러가기로 했다. 점심은 홀로 로손(lawson)이라는 편의점에 들러 라면과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오후 3시쯤 아키하바라에 도착. 정찰제(?)로 가격이 딱 표시되어 있는 깔끔한 전자 상가의 모습이었다. 겉은 요란하지만 속은 알찬 느낌을 받았다. 중고 물품도 많아 만족스러웠고, 파나소닉의 1500엔 짜리 헤어드라이기를 하나 샀다. 룸메 M은 태블릿을 고르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기다리느라 힘들었다. 밖으로 나와서 게임, 피규어 등 이것저것 취미 용품을 파는 상점을 둘러봤다. 많이 걷고 이야기해서 좀 지쳤지만 그리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몸이 잘 움직여졌다. 일본에 와서 적게 먹어서일지는 몰라도. 저녁에는 집 근처 역내에서 가츠동을 시켜 먹었다. 조금 짜긴 해도 우걱우걱 입 속에 들어갔다.
[2017-02-26 시부야에서 동기모임]
오늘은 동기였던 TH형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어제 많이 피곤한 모습을 보였던 룸메 M이 일어나서 함께 시부야로 출발했다. 정오 30분 정도에 도착해서 동기 4명이서 밥을 먹고, 게임센터에 가서 놀았다.
신주쿠인지 시부야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시부야의 하치코 동상 앞에서 만나 어제와 다름 없이 여러 건물을 보며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았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게임센터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점심은 가스토라고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던 제대로 된 함바그를 드디어 먹어 봤다! 게임센터에는 룸메가 좋아하는 함대컬렉션이라는 게임이 있었고, 그것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관찰했다. 나는 철권7을 플레이했는데, 생각 외로 쉽게 이기게 되어서 놀랐다. 물론, CPU대전이 아니라 온라인 상의 사람과 대전했을 때에는 3:0으로 무참하게 패배했다..
작년 10월쯤 일본에 가서 일하고 있는 동기 형에게 이런 저런 것을 물었다. 회사 생활은 좋은지, 집은 어떤지, 급여는 어떤지.. 역시 생각한 대로 리더를 누구를 만나는가? 그리고 일을 하는 장소와 고객의 성향이 어떤가에 따라 같은 회사의 사원이라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처음에는 굉장히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던 동기 형의 리더가 사실은 상당히 아랫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고 느꼈다고 한다. 타지의 회사 생활에서 이보다 나쁜 경우가 있을까? 차라리 일이 힘들다면 노력을 하면 되지만, 마음이 맞지 않은, 혹은 괴롭히는 상사라면 얼마나 힘든지는 본인이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나는 그런 환경을 만나지 않길 간절히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