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식적인 첫 출근날이었다.
오전에 와플로 감싸진 스펀지 빵을 조금 남은 우유와 함께 먹고 조금 찝찝한 하루를 시작했다. 룸메M과의 생활도 그리 탐탁치 않은 것이, 회사 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약간 소작농(노예)같은 느낌이 슬슬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나서서 하면 노예가 아니라는 식으로 경영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메시지가 많은 사회이긴 한데… 일본에까지 와서 그런 연장선에서 희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똑똑하게 일하고,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초년생 때에는 복종하라는 메시지만 던지는 회사여서 조금 화가 났다.
내가 이것을 위해서 일 년을, 남은 잔고 모두를 희생했나? 하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회사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출근길은 상쾌하지 못했고 (공식적으로는)첫 출근임에도 불구하고 두근거리거나 즐거운 마음은 찾아볼 길이 없었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는 본사에서 그 자리에 없는 일본인들에 대한 매너 강좌를 하거나 쓸데 없이 무엇무엇을 사라는 둥 이야기를 해서 조금 짜증이 났다.
물론 회사의 선배들, 상사들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듯, 딴 일을 하며 지나칠 수 있었지만, 신입사원인 입장에서는 흘러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도 간혹 있었다.
우리에게는 일에 변명을 두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임원급들은 미리 자신들의 일이 길어질 수 있고, 나아가서는 늦어져도 기다리지 말라는 식으로 미리 밑밥을 깔아 놓는 모습에 치가 떨렸다.(그러면서도 호응과 웃음을 강요한다… 더럽다.)
여튼 혐오감이 많이 느껴진 힘든 하루였다.
프로젝트에 들어가는데 신입만 둘 내보낸다던지,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신입과 내보낸다던지 하는 일련의 행위 그리고 책임을 모두 사원에게 떠넘기는 그런 행위들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여 실제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커버를 쳐 주고 다독여주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기대는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그저 여기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각자도생’의 길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외로움과 불안을 달래기 위해 주변 동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허기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츠야에서 김치+불고기 돈부리를 먹었다.
※명함을 지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