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가와를 다녀왔다. 원래라면 IIII에 가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이른 아침에 일어났어야 하지만, 오늘은 그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일어나서 여유 있게 시나가와로 출발했다. 다름이 아니라 비자의 갱신 때문. 이전부터 이것저것 조사해 보고 가는 길이라, 초행길임에도 조금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향하는 곳은 작년 11월 정도까지 일하던 시나가와 코난 출구.
어제 저녁에 열심히 끓였던 김치찌개가 자극적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소화가 잘 되어서 그런지 시나가와 역에 도착해서 갑자기 배가 아팠다. 도쿄 입국관리국으로 가는 99번 버스를 타기 위해 8번 승강장(은 이미 사람들의 행렬로 길게 줄지어 있었다!)으로 갔다. 기다림의 끝에 버스를 타고, 익숙한 풍경 속에 조금 어색한 도쿄 입국관리국 건물 앞에 버스가 멈춰섰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국관리국(뉴칸)에서 내렸다. 곧바로 경쟁에 돌입하듯 최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안내(information)로 달려갔다.
처음 가서 등록하는 곳(신청 창구)에서 첫번째 띠잉~~
회사에서 써주는 부분의 날짜가 없어서 돌려보내는(물론 접수는 해주지만, 다시 적어서 우편으로 보내라고…-_-;;)
두번째 띠잉은 기나긴 기다림 끝에 접수 창고에서 있었다. 고향 사람을 만난 것이다. 대한민국 여권을 자세히 들여다보던 접수원은, XX에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주소를 잘못 적었나? 하고 다시 생각할 틈도 없이 XX XXX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쪽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XX고를 나왔다는 XX년생 XX 남자였다. 평생 학연 지연 이런 것과는 인연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먼)타국에서, 그것도 공무원으로 이런 만남을 가진 것은 참 드물고, 깜짝 놀라는 일이었다.
요새 많이 감정이 메마르고, 일본 사람들 속에 그냥 묻혀서, 화분증을 핑계로 마스크 속에 내 표정을 숨기며 바깥을 돌아다녔는데, 애증의 XX XXX이 출신지라는 사실이 도움이 된 첫 날이었다. 타국민을 배제하는 듯한 일본 공무원들과는 다르게, 구청 등 그동안의 일본 기관들과는 다르게 아주 기분이 좋았다. 거기서 한국어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서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추가로 내 생일과 접수하는 자신의 생일이 동일하다는 이야기까지. XXX 다음날이 생일이네~하니 그 이야기를 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봤다고 멋쩍게 웃는 모습이, 진짜 같은 생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접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빠꾸 먹은 서류는 오늘 날짜로 적어서 얼른 우편으로 보내라고 하는 팁까지 받았다. 쿨하고 기분 좋게 뉴칸을 뒤로 했다.
이후에는 그 기세를 타고(?) 도시마구 세무서에 가서 확정신고를 마치고(이것도 뙤약볕에서 1시간 이상 줄서서 기다렸지만, 마이넘버 카드 번호 확인을 제하면 아주 빠르게 처리됐다.) 기분좋게 이케부쿠로 서쪽출구 주변에서 중국 라면(고수를 태어나 처음 먹었다…ㅎ 뭐라 말할 수 없는 향… 하지만 차슈와 칼국수 같은 면은 괜찮았다. 배고픔에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었다.)을 한 그릇 뚝딱 하고,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케밥까지 두 개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빨래를 바깥에 널고 XX도 조금 하고, 감기는 눈을 참으며 원노트에 이렇게 기록을 하고 있다.
XXX에 XX부터 XXX, 지금에 이르는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XXX은 낙장불입이라는 점을 잘 감안해서 일본에서 일하려고 하는 동갑내기, 동생들, 형들을 위한 글을 만들어볼까 한다.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온 지도 1년이 넘었다. 고생은 여전하지만 조금 성숙해진 내가 여기에 있다. 감정이 메마르지 않게, 요즘 저녁마다 열심히 하고 있는 마스크팩처럼 꾸준히 달려야겠다.
한 숨 자고 일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