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JLPT5급 시험을 보고 왔다.

그저께에 이어 주말인데도 푹 잠자지 못하고 다음 날을 위한 준비로 평일과 같이 밤을 보냈다.

이번 JLPT는 접수만 해놓고, 책은 샀는데 한 번도 보지 않고(CD 리핑만 했으니..ㅎㅎ) 시험을 보러 갔다.

공부하는 데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았던 정보처리기사 실기와는 다르게,(심지어 시험날 시험을 보지도 못했지만…) 5월부터 지금까지 두달 간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일본어 자격증이라는 것에 도전하게 되었다. 준비물은 OMR 컴퓨터용 사인펜이 아니라 HB연필이었다. ㅁㅁㅁ시절에 기념으로 받은(끝이 잘 깎이지도 않은 뭉툭한) 연필과 신분증, 수험표(A4용지)만 달랑 들고 이촌역으로 갔다. ㅅㅅ에서 사당까지, 그리고 사당에서 이촌까지 이동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살이 많이 쪄서 예전에 공항아울렛의 클라이드엔에 가서 샀던 티셔츠가 맞지 않아 답답했지만 파란 반바지와 마음에 드는 얇은 신발을 신고(나중에 내 모습을 봤을 때 그 기이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에 향했다. 습도가 MAX를 찍고 있는 여름이라 하늘이 뿌옇게 보였지만 공기는 나쁘지 않았다. 4호선 라인에 있는 중학교 치고는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어서 공기가 좋게 느껴졌다. 부산에서는 어딜 가든 공기가 그리 나쁘지 않아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외출 시 공기 질(?)이 그날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시험장 입구에서 번호를 확인하고, 2층에 있는 3-9반에 들어갔다. 나도 중학교 시절 3학년 때 3-9반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새 중학생들이 사용하는 높이 조절이 잘 된 의자와 책상에 앉아(발걸이도 튼튼하다.) 조금 남은 시간동안 Head First java 책을 펼쳤다. 책이 더러워서인지 아니면 먹은 음식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손이 갑자기 가렵고 알레르기가 났다. 지난 번에 ㅎㅇ이와 서울에서 만났을 때 노래방에 가기 전 바나나주스를 먹은 이후 온몸이 가려웠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와는 달리 손등만 가렵고 벌겋게 달아올랐다.

JLPT시험은 처음에는 단어, 이후에는 독해, 마지막에는 듣기 평가가 있었다. 한자도 100개 외워야 하고, 예문도 외우고 자바 시험도 두 개나 준비해야 하고… 여러 모로 시험을 보는 시간이 아까웠지만, 시험을 보니 내가 어느 정도로 일본어를 공부한 것인지 확인 가능해서 나름 보람이 있었다. 시험에 응시하는 비용도 5만원 정도로 높다 보니 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면 큰 불이익일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치게 된 느낌도 있었지만.

결론을 말하면 시험 시간은 쓸데없이 길었고 문제 난이도는 매우 낮았다. 한 급수가 올라갈 때마다 많이 어려워지겠지만 일단 맨 아래 등급은 일본어를 많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문제를 풀다 너무 쉬워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도 있었지만, 한자가 아니라 히라가나로만으로 된 문제에서는 오히려 히라가나를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문제와 보기의 히라가나의 뜻을 다 아는 것도 아니라서 좀 더 많이 일본어를 접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험을 보러 온 사람들은 남자가 3, 여자가 1 정도의 비율이었다. 그 중에서 내 왼쪽 분단의 앞쪽에 앉은 여성분은 고시생 느낌이 나는 머리 스타일에 커다란 NorthFace 가방을 옆에 걸어 놓고 있었고, 왼쪽 끝 분단과 우측 끝 분단의 여성분은 조금 가벼운 복장을 하고 와서 마실 나온 분위기임을 알 수 있었다. 내 앞 자리의 남성분은 머리가 많이 희끗희끗했는데, 나이가 좀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