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에서 느낀 점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기본적으로 자취를 하고 일하며 생활하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부분이 달라졌다. 가까운 나라이지만 외국이라는 점, 외국인이라는 것이 한국에서의 생활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원인이다. 일년동안 생활 측면에서, 업무측면에서 느낀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본다.

먼저 일상 생활에 대해. 이곳은 한자 문화권이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에는 거리의 표지판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한자뿐 아니라 카타카나도 낯설었다. 일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하며 어깨 넘어로 배운 감각으로 일년을 잘 생활했다. 뉴스 기사를 읽거나 드러그 스토어 등에서 약을 고르는 일은 여전히 고역이다.

외국인이란 점 자체도 이곳 생활의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자유롭던 의사 소통이 이곳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부터 어렵다. “파쿠”라는 성을 말할 때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느낌이 들어 어색하다. 어딜 가나 자신의 모국을 “한국”으로 소개해야 하고, 별로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북한에 대한 뉴스도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마치 동독 서독 관계 없이 독일이라고 하면 같은 독일인라고 보게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생활 패턴도 달라졌다.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나가도 큰 문제 없었던 한국과 달리, 이곳은 무엇을 하든 사람이 많고 일 처리가 늦으니 서둘러야 한다. 자연스럽게 줄을 서게 되고 시간에 조금 여유를 갖게 되었다. 지난 주말에 동네의 작은 안과를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자신의 차례가 오기까지 두세시간을 기다려만 했다. 일 처리가 늦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잘 찾아볼 수 없다.

이동 수단은 택시, 버스, 지하철에서 전철로 바뀌었다. 조금만 걸으면 전철역이 있다. 물론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 빡빡하게 잘 되어 있지만 일본 정도로 촘촘하진 않다. 바깥 공기를 마시며 전철을 기다리고 야후 앱으로 도착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금전 감각도 다르다. 물가 상승률이 높고 먹거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한국 실정과 일본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도시락이나 빵 등 완성된 음식의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 한국의 극심한 일부 기업 독점 환경보다는 어느정도 경쟁이 이뤄지고 있어서인지, 정부에서 물가를 통제해서인지 물가가 엄청나게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채소나 육류 가격은 서울보다 비쌌다. 생산이나 물류의 가격, 인건비 등이 영향을 준 것 같다.

업무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다르다. 결국 IT에 의한 자동화라는 목표는 같지만 과정이 전혀 달랐다. 어떻게든 빠르게 결과를 내기만 하면 되었던 한국의 SI와는 접근이 다르다. 설계 과정에서 좀 더 고민하고 확인과 검증을 통해 결과물의 문제를 사전에 밝히려는 경향이 강했다. 어떤 경우는 과정이 목표보다 중요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일을 통해 외국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업무 방식은 생존에 직결한다. 그래서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려고 하는 일본 산업 덕분에 여기에서 일할 수 있다.

외국인으로, 같은 일터의 일꾼으로, 한국보다 느슨한 생활 환경에서 재미있게 지내보자. 여전히 생활은 즐겁고 새로운 것이 가득하다. 한국과는 다른 점을 마음껏 누려보고 싶다.